언론보도
볼리비아 의료봉사 - 이선희 크리스티나 선생님
201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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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가끔 바라보시는지요? -이선희 크리스티나 선생님- 그야말로 땅으로 쏟아 내려질듯한 은하수를 볼 수 있는 곳을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포장이 되어 있지 않은 길을 따라 산봉우리 몇 개를 넘어서, 낭떠러지 길을 꼬불꼬불 올라가다 보면 산꼭대기 정상에 이르는듯하다가 뜻밖의 너른 평지의 고산 지대가 펼쳐집니다. 드문드문 진흙벽의 집들이 보이고 양과 염소 떼, 그리고 소와 당나귀가 어울려 풀을 뜯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참 더 흙먼지를 펄펄 내며 산길을 가다보면 여느 볼리비아의 마을이 그렇듯이 마을 중앙에 작은 학교와 성당이 보입니다. 땟물이 얼룩진 모습의 흙먼지를 뒤집어 쓴 아이들이 학교에서 뛰어나와 호기심에 찬 얼굴로 미소를 지어야 할지 망설이는 모습으로 저희를 바라봅니다. 고산 지대의 외딴 곳에서 고립되어 대대로 살아온 마을 사람들은 외부 사람들에게는 배타적이라 합니다만 지난 4년 동안 묵묵히 이들을 찾아오시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신 강기남 요셉 신부님의 정성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덕분에 낯선 저희들의 방문을 반갑게 맞아줍니다. 처음 보는 저희들에게 꾸밈없는 몸을 그대로 내어 보이며 아픔을 호소합니다. 자동차로도 두세 시간 걸리는 산악길을 하루 종일 걸어온 사람들도 있습니다.
멀고 험한 길을 걸어오느라 퉁퉁 부운 무릎을 만져 주며 정작 저희를 찾아 나선 아픔은 아예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가엾은 마음이 듭니다. 실제로 너무 몸이 불편하여 집을 떠나지 못한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중 가장 마음에 걸리는 이는 오른 팔을 잃고 왼쪽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은 20세의 청년입니다. 그나마 몸이라도 성해야 하루하루 살아 갈 수 있는 곳에서, 몸의 이미지가 자존감을 형성하는 나이에 겪고 있을 영혼의 시련이 시무룩한 모습에서 전해옵니다. 날로 수축되어 가는 무릎과 다리의 큰 상처는 아물 새 없이 언제라도 병균에 감염될 상태로 노출되어 있습니다. 약방에 가려면 며칠은 걸릴 여행을 해야 하고 병원에서의 적절한 검사와 치료는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고통을 다만 며칠이나마 덜어 주는 것이지만, 저희의 마음과 손을 통해서 주님께서 이들의 마음과 몸을 어루만져 주셔서 자신이 사랑 받고 있는 귀한 존재임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램입니다.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나이까' 하고 예수님께서 이미 자신들을 대신해서 아버지 하느님께 울부짖으셨음을 알고 위안 받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난방 시설이나 더운 물 없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야하는 이곳에서 저로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음을 알기에 이들은 저에게 있어 영웅입니다. 하루하루를 살아 내는 것이 하느님께서 이들에게 바라시는 전부인 듯합니다. 돌아오는 길에 어두운 가파른 산길을 조심스레 운전하시며 묵주 알을 굴리시는 강기남 요셉 신부님에게서 하느님의 자비를 전하기 위해 어떤 고난도 마다하지 않으시며 사랑의 열매를 맺어가는 착한 목자를 봅니다. 그곳을 떠나 왔지만 제 가슴 안에는 흙먼지를 일으키는 고산 지대의 바람이 불고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온 듯 그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오릅니다. 좀 더 따뜻이 대해 줄 걸, 필요한 것을 더 챙겨 줄 걸, 먹을 것도 나누어 줄 걸 하는 아쉬움과 함께 다시 만날 날을 희망해 봅니다. 상상도 못했던 놀라운 여정에 저희를 초대해 주신 강기남 요셉 신부님께 감사드리고, 모든 것을 섭리하시는 주님께 찬미와 감사드립니다.
주님께서 저희에게 허락하시는 모든 것, 지금 저희에게 가장 좋은 것임을 믿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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