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볼리비아에서 온 편지..4
2018-02-01
|
|
---|---|
기도 없는 인생은 잃어버린 인생 오늘은 왠지 마음이 먹먹하고 힘들었는데요, 완덕의 길을 번역하신 최민순 신부님의 책 서문이 큰 힘을 주었습니다. 특히 "기도 없는 인생은 잃어버린 인생"이라는 말씀이 오늘 제 영혼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며칠 전 아침 기도 때 복음묵상 나눔을 하면서 최 세실리아 선교사님이 마가렛 수녀님과의 체험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기도를 제대로 하고 싶은데 너무 분심 잡념이 많아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더니, 마가렛 수녀님께서 이렇게 설명해 주셨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 날 온돌 방 안을 데우려면 우선 보일러를 켜야 하는데 보일러가 작동하면 방 안이 데워지기 전에 보일러 소리가 먼저 들려오지 않느냐면서, 기도의 열이 내 영혼을 데우기 전에 분심이 생기는데, 마치 그 보일러 소리처럼 분심을 생각하라고 조언해 주셨답니다. "기도 없는 인생은 잃어버린 인생"이라는 데레사 성녀의 말씀 때문에 로사리오를 들고 밤하늘을 지붕 삼아 묵주기도를 시작했는데 보일러 소리처럼 자꾸만 분심이 들었습니다. 오늘도 3월말부터 시작된 문맹교육을 저녁미사 후에 했습니다. 그런데 수업 후에 갑자기 코차밤바에서 어렵게 모셔온 스페인어 선생님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오늘 수업 중에 어떤 할머니가 스페인어 선생님에게 크게 화를 냈답니다. 당신께서 기억력이 부족하신 것을 탓하시진 않고, 선생님에게 단어가 안 외우진다면서 선생님 탓을 하며 다른 학생들 앞에서 대노를 하셨다면서 너무 힘들다는 스페인어 선생님의 문자가 떠오르면서 고마운 마음 없으신 할머니 때문에 분노 섞인 분심이 자꾸 생깁니다. 오후 기숙사 아이들을 위한 스페인어 수업에도 단 3명만 들어왔다던데요, 괜히 제가 스페인어 선생님에게 자꾸 미안한 분심도 생깁니다. 5월 한 달 간 매일 오후 5시 30분에 마을 광장에서 하고 있는 묵주기도도 그렇게 반응이 좋지 않아 속상하고 실망스런 분심도 듭니다. "정성껏 나누며 열심히 살고픈데, 왜 이리 도움도 반응도 없으면서 불평불만만 많을까요?" 라고 저도 모르게 한숨과 투정이 섞인 분심이 터져 나옵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뻔히 성과도 응답도 없을 일들 같은데, 알면서도 또다시 적잖은 실망감과 좌절감을 느끼게 될 일들을 시작하려 하는데 갑자기 회의감과 두려움의 분심도 저를 괴롭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 성모성월의 사목 계획들을 주님께 의탁하면서 하나씩하나씩 시작해 나가야겠다는 결심으로 묵주기도를 마쳤습니다. 선교사로 외국에서 살아간다는 건 어쩜 매일매일 내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 특히 실망감으로 밀려오는 좌절감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 일상 속에서 더 작은 존재가 되어 살아가야 하는 몸부림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참으로 무심히 흐르는 세월 속에서 오늘도 의미 없이 하루가 지나가는 듯 싶었습니다만, 묵주기도로 5월 성모성월의 귀한 하루를 마치니 또 모든 게 그저 감사합니다. 은하수로 수놓은 뽀꼬뽀꼬의 아름다운 밤하늘을 바라보며 천국의 하늘 어딘가에 계실 데레사 성녀의 도우심을 청하며 성녀의 말씀을 다시금 되새겼습니다. "기도 없는 인생은 잃어버린 인생"이요, "인생은 초라한 여인숙에서 지내는 하룻밤" 같은 것임을 ... (완덕의 길 40장 9; todo es una noche la mala posada) 2016년 5월 4일 강 요셉 올림
-뽀꼬뽀꼬의 밤하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