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단법인‘마리안느와 마가렛’가족 여러분
그리고 한국의 많은 후원자 여려분,
코로나를 뚫고 날아 온 이곳 캄보디아는, 너무 열악한 의료 시설과 의식 때문에 코로나가 퍼지면 대책이 없는 곳이라서 전면 봉쇄를 선택했고 그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피부로 느껴질만큼 대단히 큽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있는 ‘포이펫’은 국경을 넘나들며 하루 품팔이라도 해서 벌어 살아 보겠다고, 여기저기서 떠돌던 가난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전국에서 모이는 국경 인접 도시입니다. 현대 문물이 듬성듬성 들어온 이곳은 빈부격차가 심하고 물가가 너무 비싸서 대다수 일반인들은 꿈도 못 꾸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마치 한국의 100여 년 전과 경제 성장기인 50년 전 그리고 현재의 모습을 변형하여 섞어 놓은 것 같은 모습입니다.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구호 물품을 전달하기 위해 학생들의 가정을 방문했던 날, 저는 가슴이 먹먹하여 돌아와 한참 울었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이런 삶으로 내몰고 있는 것인가. 사실 이 세상에서 함께 살고 있는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곳에서는 밖에 나가면 쓰레기 처리장이 따로 없고, 쓰레기를 그냥 아무 곳에나 버려서 길가에 쌓여있는 쓰레기 더미를 보는 것이 일상입니다. 그나마 의식이 있는 집이나 여기 학교는 예외 없이 하루가 멀다하고, 집집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 온갖 집안 쓰레기들을 태우는데 그땐 몇 시간이고 두통에 시달릴 정도로 허공에 자욱한 독성 연기와 냄새를 견디어 내야 합니다. 양치는 반드시 빗물을 받아 정수한 물을 떠다가 해야 하는 불편함도 어느새 하나의 일상이 되었고, 상수도 시설은 상상도 못합니다. 비만 오면 모든 생활 폐수와 똥물이 아주 큰 중앙 도로를 제외하고는 길에 작은 호수를 방불케하듯 고이고, 때론 자동차도 지나가지 못해 진흙탕에 빠지기 일쑤인 이곳에서 그 물을 헤치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것도 일상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물이 한 가득 고인 도로를 오토바이로 달려 30분 떨어져 있는 큰 가게에 갔습니다. 간식 75명분을 바리바리 돌덩이처럼 싸들고 와서, 주일 오후에 쉬고 있는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눈을 맞추며 나눠주었더니 완전 신이 나서 웃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이 받은 건 약 1인 1달러치의 음식으로 여태 먹기 어려웠던 작은 사과 한 덩이와 코코넛 비스킷 두 쪽이었습니다. 특히나 제가 큰맘 먹고 사 온 사과가 참 맛있었다고 이구동성 말하며 좋아하는 아이들 중에는 1인 1사과를 먹어보지 못한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난한 아이들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아이들과 부모가 없는 아이들을 선별해서 약 500명 남짓 초등, 중등, 고등학교 교육을 시키는 이곳 ‘돈 보스코 스쿨’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은 움직임과 같지만, 교육을 통해 캄보디아의 미래를 함께 응원하고 키웁니다. 이렇게 학교로 들어온 아이들은 조금은 더 나은 생활을 하며 공부를 하고 친구들과 놀고 세끼 밥을 먹고 즐거워합니다.
저는 이곳 ‘돈보스코 스쿨’에 파견되어 음악 교육을 담당하고 있고, 초, 중, 고등 기숙생 75명과 네 분의 다국적 신부님들 그리고 몇명의 교사들, 사감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수많은 캄보디아 자국민을 학살했던 킬링필드의 여파로 현재까지도 캄보디아는 교육자의 수가 현저히 적어, 교육자 부재로 인한 인력난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교육의 질조차도 너무 낮아서 걱정스러운 것이 또 다른 어려운 현실입니다.
일반 과목 교사를 찾기도 너무 힘든 실정이지만 특히 미술, 음악 등 예술계 교사를 찾는 일은 아예 생각하지도 못하는 학교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현재 ‘돈 보스코 스쿨’의 전인교육과 교육자 양성을 위해 파견된 저는 태어나서 피아노라는 것을 처음 본 학생들과 함께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피아노 연주 및 이론 개인 수업, 전자 피아노 연주 및 이론 그룹 수업, 핸드 콰이어 차임 수업, 합창 수업, 한국어 수업을 매일 진행합니다.
돈 보스코 스쿨 (DBS) 콰이어를 창단하여 중창단을 꾸리고 있는데 학생들 전원이 음을 듣고 음정을 잡아 노래하지 못하며, 기본적인 악보 보기는 물론 음계도 모르고, 그저 부르고 싶은 데로 따라 부릅니다. 가끔 미사 시간에 성가를 부르는데, 하도 이상해서 부르면서도 우린 서로 키득키득 웃습니다.
우리 돈 보스코 스쿨 중창단의 올해 성탄절까지 최고의 목표는 화성을 넣어 2중창으로 성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특송으로 부르는 것입니다. 악보도 없이 가사만 적혀있는 성가책을 가지고 구전으로 단설율만 조를 옮겨가며 그저 자유롭게 흥얼거리던 아이들에게, 2중창 노래는 그 자체가 새로운 어려움이고 완전한 새로운 세계입니다.
5시 반에 일어나서 아침 기도 후 기숙생들과 매일 미사로 하루를 시작하며 7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저녁 8시가 되어야 저녁 기도와 교실 청소를 마치고 개인 시간을 갖는 쉴 틈 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새로운 것에 반응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그리고 음악 교육을 통해 우리들 안에서 쉬지 않고 일하시는 성령님을 느끼면서 하루의 피로감이나 생활의 불편함, 문화적 충격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아이들을 향한 대견함과 이 모든 것에 대한 무한한 감사함 그리고 내일의 설렘으로 하루를 마무리 합니다.
음악 교육을 통해 성령께서 우리와 함께 활동하시도록 도와주신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가족들과 많은 후원자 여러분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캄보디아에서 까리따스 드림